[영화]내일을 위한 시간 <원제:Deux jours, une nuit, 영제:Two Days One Night, 2014> 문화 생활

한줄평: 평양냉면 같은 영화.

관람정보 : CGV 여의도 5관 H열 6, 2015년 1월 15일 23:20


 "평양 냉면은 맛이 없다."라고 느끼는건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함흥 냉면에, 아니 자극적인 조미료와 기름진 음식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평양 냉면이 밋밋한 맛으로 느껴지는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에 미식가라는 사람들이 줄줄이 칭찬하는 그 냉면을 먹고, '맛이 없다'고 평하기는 쉽지 않다. 왜 그들은 평양 냉면에 열광하는 걸까? 솔직히, 나 또한 평양 냉면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햄버거나 감자튀김 혹은 고기집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함흥 냉면을 더 자주 먹게 됨을 고백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평양 냉면 같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좋긴 하지만 자주 접하기는 힘들 영화. 3시간이 넘어도 한 순간 눈을 떼기 힘든 영화들이 즐비한 가운데, 1시기간 반 남짓의 영화가 굉장히 길게 느껴지는 밋밋한 영화. 그럼에도 그 깊은 맛이 느껴지는 맛있는 영화.

 객석은 한산했다. 어느 면을 보아도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였고, 이 영화가 흥행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굉장히 값진 시간이었고,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평양냉면이 내 식생활을 풍성하게 해 주었듯, 나의 영상에 대한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의 특징으로 느린 시간을 말하고 싶다. 사실 보통의 미디어 속 시간은 지나치게 빠르다. <상품에 대한, 기발한 발상을 했는가 하면, 그게 벌써 상품으로 나와 날개 돋친듯 팔리는 상황>, <거대한 로봇같은 적과 싸울 장비들이 뚝딱 하고 나오는 상황>을 우리는 빈번하게 접하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뿐만인가 <연락도 없이 갔지만, 만나길 원하는 사람은 우연이라도 반드시 만나고>, <오밤중에도 손만 들면 택시는 잡힌다>. 영화의 배경은 토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이틀 남짓한 시간. 원제가 두번의 낮과 한번의 밤 인 것도 이 때문은 아닐까?

 이 느린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소리다. 심지어 이 영화는 내내 단 두곡의 음악만 나온다. 그나마 이동하는 차 안에 오디오 볼륨을 키워서 듣는 형태로, 서사에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Back Ground가 아니라 인물들과 접하는 음악으로. 이 음악들까지 포함해서, 영화의 모든 소리는 지독히 현실적이다. 차의 각종 이동음과 길에서 나는 소음들의 피곤함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느린 시간을 완성해 간다.

 서사적으로 보면, 이 정도의 소재로 이렇게까지의 완성도를 이끌어 냈나라는 감탄이 먼저 나온다. 이윽고, 실제 싸움을 하는 당사자는 우리의 상상과 달리 영화속 모습에 훨씬 더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며, 복잡한 감정에 횝싸인다. 개인적으로 엔딩 크레딧을 보며, 최규석의 <송곳> 2-12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02922&no=27) 마지막 컷이 오버랩 되었다.

 

  굉장히 고마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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